심판대에 선 MB

바레인을 향해 출국하는 MB는 짐짓 여유있는 표정이었다. MB는 "(새 정부의 적폐청산은) 국론을 분열시킬 뿐 아니라 중차대한 시기에 안보 외교에도 도움이 되지 않고, 세계 경제 호황 속에서 한국 경제가 기회를 잡아야 할 시기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와서 오히려 모든 분야 갈등과 분열 깊어졌다는 데 저는 많은 걱정을 하고 있다"고 말하며 오히려 나라와 문재인 정부를 걱정(?)하는 발언을 했다. 심지어 MB는 기자들이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한 댓글 지시 여부 등을 묻자 기자들을 뒤돌아보며 "상식에 벗어난 질문을 하지 말라"고 꾸지람을 하기도 했다. (MB, 댓글 지시 묻자 "상식에 어긋나는 질문 말라" 격앙)

그런데 사정이 MB에게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는게 문제다. MB재임시에 국정원과 군사이버사령부 등의 국가기관이 자행한 온갖 위법행위들이 본격적으로 실체를 드러내고 있는데, 모든 증거와 증언은 국정원과 군사이버사령부 등의 국가기관이 자행한 갖가지 위법행위들의 정점에 MB가 있음을 가리키고 있다. "다스는 누구겁니까?"라는 유행어가 시민 사이에 회자되고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는 것처럼 꺼진 듯 했던 BBK의혹이 다시 불거지고 있는 것도 MB에겐 위협적이다. 이렇듯 MB를 향한 수사망이 사방에서 조여오고 있는 마당이니 바레인으로 출구하는 MB의 마음이 편할 리 없을 것이다. 나는 미소 띈 MB의 표정이 허세라고 생각한다.



사법처리가 임박한 MB를 보면서 한 시대의 종언을 목격하는 느낌이 든다. MB는 총칼을 들지 않은 박정희였다. 박정희는 인간을 동물로, 세상을 약육강식의 정글로 봤고, 생의 유일한 가치를 돈으로 간주했다. 박정희의 인간관과 세계관을 고스란히 체화한 사람이 바로 MB다. 그리고 2007년 MB의 대통령 당선은 돈을 우상으로 숭배하는 박정희교 신도들이 대한민국의 다수를 점하고 있다는 사실을 뼈아프게 보여준 사건이었다.

박정희와 MB의 인간관과 세계관은 너무나 악마적이지만, 또 그만큼 힘이 셌다. 박정희와 MB의 인간관과 세계관을 극복하는 건 불가능해 보였다. 하지만 불가능이 현실이 됐다. 박정희의 자리에 지금 노무현이 있다. 노무현은 인간이 동물에 머무는 존재가 아니라 동물이지만 동물을 넘어서는 존재라는 걸, 세상은 약육강식과 적자생존의 지옥이 아니라 서로 존중하고 연대하며 공존할 수 있는 세상이란 걸 보여줬다. 불꽃 같은 삶과 처연하기 이를 데 없는 죽음을 통해. 정의를 향한 타협 없는 전진과 참혹한 좌절을 통해.

대한민국 현대사 최대의 비극 중 하나는 노무현의 서거다. 노무현이 자진으로 생을 마칠 수 밖에 없도록 만든 장본인은 당연히 MB다. 노무현의 서거는 악인이 의인을 핍박하고 조롱하고 박해하다 끝내 의인을 죽음에 이르게 만든 사건이었다. 노무현의 서거 직후는 물론이고 아직까지도 노무현에 대해 사무치는 미안함과 그리움을 지닌 시민들이 그토록 많은 이유는 노무현의 죽음이 가진 형식의 비극성에 더해 노무현의 죽음이 지닌 내용의 본질 때문이다.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만든 이후 MB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을 것이다. 그러나 하늘의 그물은 성긴 듯 해도 악인이 빠져나갈 틈은 없는 법이다. MB의 운은 다했고, 이제 심판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적폐는 청산되어야 하고, 악인은 응징받아야 하며, 억울함은 해소되어야 한다. 그게 정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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