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여친 때려 숨지게 한 39세 남성'에게 고심 끝에 해준 것

법원이 여자친구를 때려 숨지게 한 39세 남성에게 이례적으로 '집행유예'를 선고해 논란이 되고 있다.

사건이 벌어진 시점은 지난해 7월이다.

회사원인 남성 A씨는 2017년 7월 27일 경기 남양주시 별내면의 집에서 여자친구 B씨의 얼굴 등을 마구 폭행했다. 남성은 여자친구가 의식을 잃고 쓰러지자 직접 119에 신고했고, 폭행으로 쓰러진 B씨는 병원으로 옮겨진 지 이틀 만에 '뇌사' 판정을 받고 숨을 거뒀다.

당시 A씨에게는 적용된 혐의는 '살인죄'가 아닌 '상해치사죄'. 살인죄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사람을 죽이려는 적극적 고의, 또는 '죽을 수도 있지만 상관없다'는 미필적 고의가 인정돼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A씨가 구속된 지 거의 반년 만에 1심 판결이 나왔는데, 법원은 "고심 끝에 정상적인 사회 구성원으로 돌아갈 기회를 주기로 했다"며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의정부지법 형사합의11부(고충정 부장판사)는 11일 "피해자의 고통, 유족들의 처참한 심정, 여자친구를 가격해 사망에 이르게 한 점 등을 고려하면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면서도 "고심 끝에 피고인이 정상적인 사회 구성원으로 돌아갈 기회를 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법원이 A씨에게 '정상적인 사회 구성원으로 돌아갈 기회'를 주기로 한 이유는 2가지다.

1.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다른 남자가 생긴 사실을 확인하고자 다그치는 과정에서 벌어진 우발적인 범행"으로 보이며,

2. "피해자 유족 모두 피고인을 용서해,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내는 등 피고인을 위해 할 수 있는 조처를 다 했기" 때문.

이에 대해 한국 여성의 전화는 12일 논평을 통해 "피해자가 사망했는데, 누가 (누구를) 용서하는가?"라며 "유족이 용서하면, 국가는 처벌하지 않아도 되는 것인가?"라고 묻고 있다.

도대체 왜 혼인이나 데이트관계의 남성에 의한 여성에 대한 폭력 사건에서 유독 남성의 폭력행위는 “우발적”인 것이 되고, 감형의 이유가 되는가? 피해자에게 다른 남자가 생긴 사실을 확인하고자 다그치는 과정이었다는 게 재판부에게는 납득할 만한 폭행의 이유와 상황인가? 배우자나 애인의 외도를 의심하고, 화가 나 때리고, 때리다보니 죽었다는 너무도 비합리적이고 부정의하고 끔찍한 가해자들의 범행동기와 시나리오는 왜 이토록 설득력을 갖는가?

한국여성의전화는 남편으로부터 지속·반복적인 폭언과 폭행, 강간, 외도 등 신체적, 성적, 정서적, 경제적 폭력을 당해 온 여성이 남편을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들을 수없이 목격하고 지원해왔다. 사법부는 피해여성들의 방위행위를 단 한 번도 정당방위로 인정하지 않았고, 오히려 여성들에게 폭력을 피하지 못한 책임을 지우며, “계획적”, “잔혹한” 범행이므로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는 말을 반복해왔다. 이번 판결처럼 남편이나 애인의 외도가 우발적인 살인범행과 집행유예 판결의 근거 따위가 될 수 있었다면, 가정폭력, 데이트폭력 정당방위사건에서 실형을 받을 피해여성은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다.

도대체 이 나라의 사법부가 그토록 공감하고 적극적으로 인정하는 ‘우발적’인 범행은 무엇인가? 피해자가 사망했는데 누가 용서하는가? 피해자가, 유족이 용서하면, 국가는 처벌하지 않아도 되는 것인가?

사법부는 성별에 따른 고정관념과 성차별로 점철된 판결들에 대해 통렬히 반성하고 개혁해야 한다. 여성에 대한 폭력 가해자들이 매번 지껄이는 피해자 비난과 책임전가의 변명들에 공감하고 이를 받아쓰는 판결들은 당장 사라져야 한다.(한국여성의전화 1월 12일 논평)

더 읽기: http://www.huffingtonpost.kr/2018/01/12/...